잡학다식

[스크랩] 결혼에 대한 지독하고 숨막히는 현실

안단테* 2012. 1. 9. 12:16

 

 

 

 

 

 

 

 

 

결혼에 관하여....

 

 

마이클럽 캡사이신님글

 

 

 

 

대부분 결혼할 때 서로가 기본은 할거라고 생각합니다.
남자는 여자가 아무리 대단한 사회적 능력이나 커리어를 갖고 있어도 밥하고 빨래하고 아이를 낳고 잘 키우고…..여자라면 그건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자는 남자가 그동안 같이 해온 이야기가 있으니 만족할만큼은 아니어도 꽤 괜찮은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진보적인 남편은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여자들은 결혼을 대부분 CF의 이미지정도로 생각합니다. 씽크대앞 환한 창가에 작은 꽃 화분이 올망졸망 놓여있고….아내는 우아한 셋팅 머리에 완벽한 화장을 하고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디오스 냉장고에 기대 서있고….남편은 파스타를 식탁에 셋팅하며 와인을 따르고…..
남자는 여자를 드라마에 가끔 나오는 그런 여자들, 직장 다니면서 시어머니하고도 알콩달콩 사이좋게 지내고 집안일도 깔끔하게 하고 온가족 민원 다 해결해주고 갈등도 짠 해결하고….
여자는 남자를 실제로는 30년쯤 후에나 출현할 수 있는 바람직한 남편으로 기대하고 남자는 여자를 30년 전쯤의 여자라고 생각합니다.
둘 사이의 갭은 거의 뛰어넘을 수 없을만큼 심각한 차이를 나타냅니다. 둘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과거와 미래의 인간형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지요.

두 사람 다 부모에게 왕자 공주였습니다.
원래 백설공주나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왕자를 만나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던 건(사실 행복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들의 일상을 완벽하게 처리해줄 시녀와 시중, 그리고 요리사를 비롯한 수많은 노동력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민간인 왕자와 공주……….하녀도 없고 하인도 없이 둘이 맨몸으로 만났습니다.
먹고 자고 싸고 입어야합니다. 이거 누가 할까요? 별일 아닐거라구요? 요리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굉장히 간단해보이죠? 전기밥솥있고 세탁기 있고 청소기있는데 뭘…..하시는 분 많습니다.
결혼하신 분들이야 일러 말해 뭐하겠습니까.
안해본 사람들을 위해서 그냥 얘기해보도록 하지요.

그동안 집에서 밥먹는 시간이 되면 그냥 식탁에 가서 앉으면 됐습니다. 엄마가 상 차려주니까요. 공주와 왕자가 만나서 둘이 식탁에만 앉아있으면………밥이 차려집니까? 둘밖에 없으니 둘중에 누군가가 일어나서 상을 차려야지요…이거 해야되는 사람 대부분 여자입니다. 누가 할건지 토론하지 않아도 그냥 여자가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남자들이 결사항전 결혼하려고 하는 이유이지요. 결혼이 남자들에게 남는 장사인 첫번째 이유입니다.

식탁에 음식이 차려지는건 짠 하고 매직으로 되는게 아닙니다.
나혼자라면 그냥 김치에 참기름 넣고 비벼먹던지 라면을 먹던지, 빵쪼가리로 때우던지…그것도 싫으면 나가서 사먹던지 할텐데……남자들 밥에 목숨 걸었습니다. 남자들이 안걸어도 시어머니가 목숨겁니다. 꼭 밥 해야합니다. 밥할 능력은 안되는 인간들이 어찌나 입맛은 고급들인지, 나름대로 기호는 또 다 있습니다. 국이 없으면 밥을 못먹거나 두번째 올라오는 반찬은 손도 안대는 남자들도 많습니다.

암튼……
일단 뭘 해먹어야할지 결정해야합니다. 이거 정말 보통일 아닙니다. 전업주부들 그날 가장 괴로운거…..오늘은 뭘 해먹을까입니다. 평생을 해도 날마다 생각해야되는 일이라고 합니다. 머리 쥐어짜서 뭘 해먹을 지 결정하면 시장 가야합니다. 날마다 시장가는 거 불가능하니 일주일에 마트를 한번 가죠. 더욱더 알뜰한 사람은 재래시장 갑니다. 남편이 같이 가주면 좋으련만….같이 안가는 사람 많습니다. 바리바리 싸서 이고지고 팔 빠지게 들고옵니다. 시장은 잔뜩 봤는데 와서 보면 먹을거 하나도 없습니다. 참으로 묘한 일입니다. 암튼….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잘 써서 사와야합니다. 일주일 식단을 짜면 좋겠지만…..그렇게 바람직한 인간형 별로 없습니다.
시장을 봐왔으면 재료를 다듬어야합니다. 파도 까고, 마늘도 까서 찧고, 나물 다듬어서 씻고,데치고…….순식간에 씽크대 폭탄맞은 꼴 됩니다. 전기밥솥에 밥 앉히고 국끓이고 나물무치고 생선 하나 굽고……상 차립니다. 우리나라 요리 진짜 복잡하고 손 많이 갑니다. 능력 안되는 사람 이거 세개 하는데만도 1시간 이상 걸립니다.
밥푸고 국 뜨고 반찬놓고 숟가락 젓가락 놓고 물컵 가져다놓고…상을 차립니다.
남편 홀랑 먹고 일어섭니다. 주제에 반찬타박까지 하고 요리 품평까지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제 치워야합니다. 상 치워서 반찬그릇 냉장고에 차곡차곡 잘 넣고, 큰 그릇에 담겨있는 남은 반찬은 작은 그릇으로 옮기고….행주 빨아서 상 닦고…
이제 설거지가 남아있습니다. 요리하면서 사용한 도구들과 먹고 남은 그릇과 냄비와 냉장고에서 나온 반찬통과…….씽크대에 산처럼 쌓여있습니다. 설거지 하기 전에 그릇 수납하는 곳 정리해야 설거지한 그릇 쌓을 수 있습니다. 설거지 끝나고 나면 행주도 빨아야하고 가스렌지 닦아야합니다. 부지런한 사람은 행주도 삶아서 빨아 넙니다.

요리….단 두음절로 끝나는 이일이 얼마나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지 해봐야 압니다. 위에 이야기 한 거 외에 더 해야하는 것들이 또 있습니다. 요리도구 다 갖춰놓고 간수해야합니다. 씽크대 정리 잘 해야하고, 마늘, 양파, 참기름, 기타등등의 기본야채와 양념 떨어지지 않게 신경써야하고 가스렌지 청소해야하고 렌지 후드도 정기적으로 청소해줘야하고, 전자레인지 안도 닦아줘야합니다. 냉장고도 가끔 청소해야합니다. 사다놓고 안먹어서 썩어버린 야채도 내다버려야하고, 자꾸 쌓이는 묵은 밑반찬 버리고 통도 다 씻어놔야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잘 간수해야하고 정해진 날에 갖다 버려야하고 용기도 깨끗이 씻어놔야합니다. 조금만 잘못 간수하면 여름에 바로 벌레생기고 냄새 온집안에 가득찹니다. 김치, 된장, 간장 등 을 어디서 공수해올건지도 참으로 괴롭습니다. 게다가….웰빙이니 환경호르몬이니 사람 괴롭힙니다. 유기농을 사야하나 고민해야하고 시간 절약해주는 인스턴트는 먹으면 안될거 같은 강박에 시달립니다.

물론 식단을 짜고 기본 야채를 다 손질해서 잘 수납해놓고, 요리하면서 중간중간 설거지해서 씽크대를 비우고, 밥 먹고 나면 바로 설거지한다. 이렇게 하면 일이 조금 빨라지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바로바로 일처리 안됩니다. 그것도 습관이 되고 해본 사람이 하는거지….아무나 금방 되는게 아닙니다. 나중에 오랜 세월이 지나서 손에 익으면 가능하지요. 손에 익을때까지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나마 지금은 둘이어서 그릇도 별로 없고 음식양도 작습니다. 곧 아이가 태어날거고 집은 더 넓어질거고…..

요리라는 말 아래 숨겨져있던 일이 이정도입니다. 저 같은 불량주부가 정리했으니……제가 빠트린거 많을겁니다. 청소나 빨래, 다림질, 올바른 수납, 쓰레기 분리수거, 공과금을 신경써서 내는 것이나……기타등등…..한도 끝도 없습니다. 가사노동 수백가지 맞습니다.

이 수많은 것들을 그동안 손에 물 한번 안묻히고 엄마차타고 이학원 저학원 공부하러 다니던 공주가 다 해야합니다. 이 많은 일 중에 남편한테 꼴랑 설거지 하나 시켜먹기도 너무나 힘듭니다.

여자가 전업이면 그래도 참을만합니다. 아니 그래도 참을만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둘이 맞벌이입니다. 위대한 내사랑으로 저 많은 노동을 혼자서 감내할 수 있는 기간은 얼마나 될까요?
생활은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띄엄띄엄 되는게 아닙니다. 우아한 앞치마입고 잠깐 씽크대에서 찌개 간보더니 화면 바뀌어서 한상 떡 차려져있고…
그거 뒤에서 소품담당하는 사람들 몇 명이서 진빼면서 하는 일입니다

결혼하기 전에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합의를 봐야하는 부분입니다. 결혼은 드라마나 CF가 아닙니다. 안될거 같으면 결혼하면 안됩니다. 지금은 둘이지만 이제 아이도 태어나면…10배로는 일이 불어납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그때 시키지……….신혼초에 마누라 금쪽같이 이쁠때도안하던 사람이 애 때문에 지쳐서 팅팅불어있는 마누라 뭐가 이쁘다고 일한답니까.
생활속에 일들은 의지나 결심으로 하는게 아니고 습관으로 하는겁니다.
둘이서 사는 삶을 셋팅하면서 지금부터 습관을 들여야합니다.
남자들이 시키면 잘하냐구요? 당연히 안하지요.
우리도 하기 싫지만 해야하니까 하지요. 나 아니면 할 사람이 없으니까 하는겁니다.
남자들은 해야하는 것도 아닌데 왜 합니까? 내가 안해도 할 사람이 있는데요. 내책임도 아닌데요. 안해도 마누라 빼고는 아무도 뭐라고 안하는데요.
어쩔 수 없습니다. 끊임없이 싸워야합니다.
평생 같이 살아야하는 룸메이트, 지금 길들이지 않으면 앞으로 쭉~ 내가 혼자 다 해야합니다. 시어머니도 학교에서도 안가르쳐준거….내가 다 가르쳐야합니다. 어린애도 아니고 서른살이 되어버린 남자…..교육시키는거 쉽지 않습니다. 하기 싫은 일, 안해도 되는 일 해야하는데 얼마나 좋은일 났다고 홀딱 하겠습니까.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사용해서 피하려고합니다. 철썩같이 약속하고 안하고 미뤄서 못견딘 마누라가 하게 하거나…자꾸 말하면 버럭 화를 내거나 , 일하면서 계속 짜증을 내서 사람 심기를 불편하게 하거나…... 절대로 굴하면 안됩니다. 지금이라도 안시키면 안됩니다. 같이 더불어 살 수가 없습니다. 싸우는거 싫어서 내가 하지…..앞으로 평생 혼자서 해야합니다. 속 터집니다. 억울해서 화병걸립니다.
여기서 남편을 어떻게 길들이는가가 앞으로 많은 것을 결정합니다. 아주 중요한 학습효과를 남깁니다. 조금 개겼더니 마누라가 그냥 다 해버리더라. 화내고 짜증냈더니 더 이상 하라는 말 안하더라. 이제부터 다른 일도 개기고 화내고 짜증냅니다. 남편이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닙니다. 사람관계는 첫단추를 어떻게 꿰느냐가 중요합니다. 본능적으로 사람들은 상대에게 여러가지 방식을 사용해보고 통하는 것과 통하지 않는 것을 분류해서 상대와의 역관계를 형성합니다.

그리고 남편이 가사노동을 같이 해야 결혼이라는게 뭔지 알게됩니다.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훨씬 더 결혼에 미숙합니다. 사실 결혼이 뭔지 한번도 생각 안해본 사람 많습니다.
남들이 다하니까, 밥해주니까, 합법적으로 성관계 할 수 있으니까, 자식도 있어야하니까…
우리나라 교육이 이런 현실적인 거 알려주는 과정 절대로 아니고 다른데서도 특별히 배울만한데가 없습니다.
사람이 인지상정이라는게 자기가 물이라도 한번 준 화분의 꽃이 훨씬 더 이뻐보이는겁니다.
가사노동하는거, 집안일,…..애교를 떨건, 잠자리를 대가로 하건, 용돈을 주건…..가진 능력 모두 동원해서 꼭 하게 해야합니다.
결혼초부터 가사노동 같이 한 사람이 애도 예뻐하고 마누라 힘든줄도 알고 가정에 대한 책임감도 강합니다.

말 안통할거 같은 남자……처음부터 결혼하면 안됩니다.
저렇게 훈련시키는거 잘 될거 같지만 절대로 쉽지 않습니다.
결혼하기 전에 진지하게 얘기하고 몇번이나 물어보고 간간히 떠보고, 유도심문도 해보고………시댁분위기도 보고….
아닌거 같으면, 길이 아니면 가지 말아야지요.

 

 

혹시나 (결혼하면 달라지겠지) 혹시나 (애 낳으면 달라지겠지)하면서 한없이 올라가면…..내려오기 힘듭니다.
아무리 교육시켜도 안될거 같으면 커트라인 못넘어오게 해야합니다.
결사항전 온몸으로 막아주셔야 다른 여자들 피해 안봅니다.
이런 남자도 결혼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여러 여자들 물먹이는 겁니다.

 

 

 

 

 

 

출처 : 쌍화차 코코아
글쓴이 : 푸룰룰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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