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장애의 골목대장
폭식 장애는 비정상적으로 많이 먹고, 식사량을 조절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풀이되는 식사 장애 질환이다. 또한 한 번 정신없이 먹은 다음에는 식욕을 억제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특징. 폭식 후 다이어트에 몰입하다 다이어트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다시 폭식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폭식 장애는 말라깽이면서도 음식을 먹지 않는 거식증의 반대 개념으로 폭식을 하고 토하거나 이뇨제를 복용하는 등 자신을 학대하는 대식증과는 다른 식사 장애다. 폭식 장애는 긴 기간에 걸쳐 습관으로 굳어지기 때문에, 한 번 걸리면 평균 14. 4년 계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평균 5. 8년 지속되는 거식증이나 5. 9년 지속되는 대식증과 비교하면 상당히 긴 기간이다.
많이 먹다 병 얻는다
폭식 장애가 있는 사람은 음식을 많이 먹지만 그렇다고 과도하게 운동을 하는 등 자신을 학대하지는 않아 과체중이나 비만이 되기 쉽다. 이와 함께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뇌졸중, 수면 장애 등의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자신이 폭식한다는 사실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와 같은 정신적인 이상도 일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살이 찌면서 온갖 성인병이 종합된 선물 세트를 받게 되어 건강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지는 것이 문제다. 일단 폭식 장애에 걸리면 전반적인 습관을 바꿔야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에 종합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병원에서는 약물 치료를 비롯해 정신 치료, 행동 치료 등을 한꺼번에 받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식욕 버튼이 켜진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폭식을 하는 이유는 주변의 제지를 받지 않고 마음껏 먹는 행동이 일시적으로 신경을 안정시키기 때문이다. 화학적으로도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식욕 호르몬인 코티졸을 분비한다. 폭식 장애가 있는 사람의 식욕 버튼이 켜지면 몸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필요로 하는 당분이 채워질 때까지 계속해서 음식에 손이 간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는 실제로는 배가 부른데도 허기지다는 생각이 계속 들게 된다.
가을, 생리 중에 더 당긴다
식욕은 계절과도 관계가 있다. 햇살이 약해지는 가을에는 망막에 도달하는 햇볕 양이 줄어들면서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의 양도 줄어든다. 멜라토닌은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으로 이 호르몬이 모자라면 우울함과 불안을 더욱 크게 느끼게 된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식욕이 늘고 이에 따라 폭식을 할 가능성도 커지게 되므로 폭식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가을과 겨울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폭식은 생리와도 관련이 있다. 생리 일주일 전에는 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신진대사가 느려지는데, 이에 따라 몸속의 지방 분해가 더뎌진다. 우리 몸은 이를 지방이 모자라다고 인식하고 칼로리가 높은 단 음식을 계속 먹으라고 부추기기 때문에 폭식 증세가 더욱 심해진다.
특히 조심해야 할 단맛
폭식 장애가 있는 사람이 특히 많이 찾는 것이 단맛이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장 기능이 떨어지는데, 이때 재빨리 몸의 연료로 쓸 수 있는 당분을 원하기 때문이다. 또한 당분은 몸속에 들어가면 행복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를 유도해 심신의 안정을 주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때마다 몸은 달콤한 위로를 원한다. 그러나 단맛이 나는 인스턴트식품은 식품 첨가제 등 몸에 유해한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데다 한꺼번에 많이 섭취할 경우 갑자기 혈당을 높이고, 이에 따라 몸속에 지방을 축적하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할 수 있으므로 지나치게 먹지 않도록 한다.
영양분이 모자라도 폭식을 한다
폭식을 하는 사람은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먹을 것 같지만 의외로 편식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 비타민이나 미네랄 등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영양분이 모자라는 경우가 많다. 특히 스트레스 대응에 필요한 신경계와 내분비계의 기능을 돕는 비타민 B군이 부족하면 일차적으로 스트레스에 대한 면역력과 저항력이 떨어져 폭식의 함정에 더욱 쉽게 빠지게 된다. 스트레스성 폭식에 시달리고 있다면 비타민 B₁이 풍부한 현미, 잡곡류, 돼지고기, 마늘 등을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하므로 식사 조절이 여의치 않다면 비타민 제품이라도 꼬박꼬박 복용한다.
일단 천천히 먹어라
식욕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일단 식사를 천천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위가 차서 포만감을 느끼기까지 2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데다 천천히 먹기 위해 씹는 작용이 정신적인 만족감을 주기 때문에 폭식 예방에 도움을 준다.
식사를 천천히 하기 위한 전략도 필요하다. 혼자서 먹지 않고 가족이나 직장 동료들과 함께 먹는 습관을 들여 식사 시간에 이야기를 하면서 속도를 맞추는 것도 좋다. 식사 메뉴를 부드러운 빵 종류나 짠 음식 대신 천천히 씹어 삼켜야 하는 채소 위주로 골라 식사 시간을 늘리는 방법도 있다.
공복감 잡기 지능 게임을 해라
허전한 공복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몸은 갈증을 공복감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목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식사하기 30분쯤 전에 냉수나 시원한 보리차·결명자차·녹차 등을 마시면 심한 공복감을 잠재울 수 있다.
식사를 양껏 한 다음에도 허기가 진다면 식사 후에 꼭 들르는 산책 코스를 만들어 한자리에 계속 앉아 있지 않는다. TV 앞과 같이 음식을 많이 먹게 되는 장소는 ‘TV 앞에서는 먹지 않기’라는 선언을 하고, 음식을 놓고 먹던 테이블을 치우는 등 조건반사처럼 찾아오는 공복감을 느끼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리 나는 간식만 먹어라
음식을 아삭아삭 씹는 소리는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당근, 셀러리, 브로콜리, 무 등 수분과 비타민이 풍부한 채소류를 간식으로 씹어 먹되, 마요네즈 대신 레몬즙과 간장 등으로 만들어 칼로리가 낮은 드레싱을 사용하면 간식 때문에 살이 찌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채소류 외에 아몬드처럼 씹는 소리가 큰 견과류를 씹어도 스트레스성 폭식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무식하게 굶지 말고 똑똑하게 먹어라
폭식은 음식량을 갑자기 줄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폭식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다이어트 시도를 하다가 그 스트레스로 또 음식을 끊임없이 먹어대는 것은 폭식 장애의 전형적인 유형이다. 특히 아침을 굶는 것은 가장 잘못된 선택. 허기가 져서 점심과 저녁에 더욱 폭식을 하는 악순환을 막으려면 탄수화물과 각종 미네랄이 풍부한 잡곡류, 단백질류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음식 섭취량을 조절할 때는 갑자기 식사량을 줄이기보다 일주일을 기준으로 10%씩 덜 먹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천천히 해야 성공할 수 있다.
음식량을 줄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음식의 종류를 바꾸는 것이다. 인스턴트 음식이나 달고 기름진 음식은 식욕을 일으키고 폭식으로 인한 합병증을 악화시키므로 영양소가 풍부하면서도 담백한 식사가 가능한 한식 위주 식사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 콩과 현미밥, 생선, 나물과 된장찌개 등이 추천 메뉴. 담백한 샐러드나 통밀빵 등의 서양식도 도움이 된다.
기록과 체크, 식사 습관을 되돌아봐라
생활 습관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잠시라도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폭식 장애가 있다면 폭식한 날 자신이 먹은 것이 무엇인지를 찬찬히 써보는 것만으로도 식사 습관을 바꿔야겠다는 의지를 새롭게 할 수 있다.
내 식욕이 언제 폭발하는지 규칙적으로 체크해보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야근을 하고 집에 돌아온 다음이나 부부싸움을 한 다음처럼 음식을 손에서 뗄 수 없는 순간의 규칙을 발견하면 다시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머릿속에 적색경보가 켜질 것이다.